망대가 무너질 때
이태원 할로윈 참사 이후 소셜미디어상에 대중교통의 풍경에 변화가 생겼다는 글이 많이 올라옵니다. 그 중에 “오늘 지하철 타는데 누가 뒤에서 밀 길래 ‘밀지 마세요!’라고 하니 주위 사람들 다 멈췄다. 그 싸한 분위기는 10초 넘게 유지됐다. 그게 너무 충격적이었고 씁쓸하고 슬펐다”이 공감되었습니다. 이는 이태원 사고 트라우마가 시민들의 일상에서 현상으로 나타난 것일 수 있는데, 이런 변화를 어떻게 보나요? 질서를 지키는 건 좋지만, 왠지 마음이 아프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는 9.11 이후 정신질환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고 몇 년 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이는 삶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심층저변부터 폭발하면서 미국 사회에 나타난 현상이었습니다. 9.11 이후 비행기로 여행할 때 누구나 전신 스케너를 통과해야 하는데, 누구도 자기 뼈 속까지 보이는 것은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이 관문을 다 통과합니다. 이것도 9.11이후 전 세게에 드리워진 어두운 그림자요 아물지 않은 상처의 증거입니다.
성경은 과거의 사건을 통하여 교훈을 얻어 미래를 준비하며 살아 갈 것을 권면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에 기록된 과거의 사건은 단순한 역사적 기록이라기보다 하나님 백성들의 삶을 하나님의 뜻대로 이끌기 위한 영적 나침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로암에서 망대가 무너져 치어 죽은 열 여덟 사람이 예루살렘에 거한 모든 사람보다 죄가 더 있는줄 아느냐 너희에게 이르노니 아니라 너희도 만일 회개치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13:4,5). 예수님은 망대 사건에 대한 유대인들의 완악한 생각을 아시고 그들에게 바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13:3). 주님은 망대가 무너져 18명이 죽은 그 참사는 죽은 그들 개인의 죄로 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예루살렘 도성 안의 모든 사람들, 그 집단의 죄로 인한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희생자의 죄를 논하기 전에 붕괴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깨닫고 공동체가 회개하라는 것입니다. 그들 스스로 성찰하여 죄를 회개하고 하나님께 삶의 방향을 돌리라는 것입니다. “또 내가 그에게 회개할 기회를 주었으되 그 음행을 회개하고자 아니하는도다”(계2:21). 소아시아의 두아디아 교회에 보낸 이 편지에서 주님은 이미 회개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여전히 음행을 일삼는 이들에게 하나님 심판이 임할 것을 예고한 것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고국에서 육체의 쾌락을 좇는 이방 축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할로윈 축제는 젊은 계층에선 이미 성탄절을 앞섰고 동성애자들에겐 해방구가 된 것이 현실입니다. 음행이 문화라는 옷을 입고 우리 사회 급속히 스며들어 청소년들을 물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고국의 참사를 이런 사회적 현상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로 보고 회개해야 합니다. “너희도 만일 회개하지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눅13:3). 주님은 실로암 망대가 무너진 것이 그때 죽은 이들의 죄가 아니라 공동체의 죄 때문이라 하셨습니다. 9.11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혀 죽어간 그 사람들의 죄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이태원 할로윈 참사도 군중 속에서 압사당한 그들의 죄 때문이 아닙니다. 참사가 일어난 그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죄가 이런 참사를 불러 온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