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

최근 고국에서는 유동규라는 사람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그가 지난 대선에서 비밀리에 전달한 ‘대선 자금’에 대해 폭로하면서 거기에 관계된 이들이 큰 곤경에 처하게 된 것입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았던 인간관계도 한번 틀어지면 아예 모르니만 못하고 그들 사이에 공유했던 비밀은 이렇게 공개되어 정치적인 파장을 일으키고 비밀을 공유했던 이들이 다 곤경에 처해 지는 것을 봅니다.
그런데 성경은 하나님의 사람이 맡은 비밀이 있는데, 그 비밀을 누설하지 않으면 하나님께 책망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사도 요한은 서머나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생명의 면류관이 오직 주께로부터 임하는 것임을 밝히면서 죽도록 충성하는 자에게 이 귀한 선물을 주신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위해 죽도록 충성하라는 것일까요? 바울이 고린도에 보낸 서신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이 마땅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로 여길지어다 그리고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충성이니라”(고전4:1,2). 여기서 바울은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신자의 정체성과 사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리스도의 일꾼이요,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라는 것입니다. 한편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라는 말은 성도의 정체성임과 동시에 사명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비밀은 무엇입니까?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원의 신비입니다. 예수님의 대속의 죽음을 통해서 우리 인생들의 죄가 사해지고 영생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비밀은 맡았다는 말은 바로 이 구원의 신비를 세상에 알려야 할 사명이 있다는 뜻입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에 이른 성도는 모두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자이고 그 비밀을 맡은 자가 구할 것이 충성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충성하는 방법인데, 그 비밀을 세상에 ‘폭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베드로 사도는 벧전2:9에서 이에 대해 이렇게 밝혔는데, 바울과 베드로는 같은 말을 한 것입니다.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가 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 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이의 아름다운 덕을 선포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2:9). 바울의 경우 그 일을 하다가 수 없이 많은 어려움을 당했는데 구체적으로 예로 들면 이렇습니다. “바로 이 시각까지 우리가 주리고 목마르며 헐벗고 매맞으며 정처가 없고 또 수고하여 친히 손으로 일을 하며 모욕을 당한즉 축복하고 박해를 받은즉 참고 비방을 받은즉 권면하니 우리가 지금까지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꺼기 같이 되었도다”(고전4:11-13).
세상에선 사람들이 비밀을 누설하면 유동규씨 사건에서 보듯이 이해관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배척을 당하며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비밀’은 세상에 누설하지 않으면 하나님께 책망을 받습니다. 그런데 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세상에 속한 사람들에게 ‘세상의 더러운 것’과 ‘만물의 찌꺼기’ 같은 취급을 큰 핍박을 당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본문에서 바울은 이 비밀을 맡은 자가 구할 것은 충성이라고 한 것입니다. 여기서 사용된 ‘충성’이란 단어의 원어는 헬라어로 ‘피스티스’라고 합니다. ‘피스티스’는 힘의 논리에 의한 강압적이나 비굴한 복종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충성이란 하나님이 베푸신 선행적 은혜에 대한 믿음이 전제된 자발적인 헌신입니다.
한편 이 충성의 맺는 사람을 보면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이 연상됩니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붉게 물든 단풍을 보며 감동합니다. 그런데 단풍의 아름다움은 그 잎의 죽음으로 말미암는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잎이 푸른 색에서 노란 색으로 그리고 붉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은 잎이 죽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사람의 눈에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뭇 잎은 죽는 것입니다. 나뭇잎이 죽지 않고는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일으키는 단풍이 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사람은 충성하는 사람입니다. 그의 심장은 붉게 타는 단풍과 같습니다. 주님은 이런 자들에게 생명의 면류관을 선사하시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